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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

봄 일기

지난 겨울
추위의 칼로 상처받은 아픔,
육교의 낡은 층계처럼
삐꺽이는 소리를 내던 삶의 무게도
지금은 그대로 내 안에 녹아 흐르는
눈물이 되었나 보다

이 눈물 위에서
생명의 꽃을 피우는
미나리 빛깔의 봄

잠시 일손을 멈추고
어린이의 눈빛으로
하늘과 언덕을 바라보고 싶다
냉이꽃만한 소망의 말이라도
이웃과 나누고 싶다

봄에도 바람의 맛은 매일 다르듯이
매일을 사는 내 마음의 빛도
조금씩 다르지만
쉬임없이 노래했었지

쑥처럼 흔하게 돋아나는
일상(日常)의 근심중에도
희망의 향기로운 들꽃이
마음 속에 숨어 피는 기쁨을 -

언제나 진달래빛 설레임으로
사랑하는 이를 맞듯이
매일의 문을 열면
안으로 조용히
빛이 터지는 소리
봄을 살기 위하여
내가 열리는 소리

이해인 수녀님의 시집, '시간의 얼굴'에서 옮겨보았습니다.

작성자olive

작성일2002.03.13

heidi

| 2002.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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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지 몰래 숨어들어 온
근심, 걱정 때문에
겨우내 몸살이 심했습니다.

흰 눈이 채 녹지 않은
내 마음의 산기슭에도
꽃 한 송이 피워 내려고
바람은 이토록 오래 부는 것입니까?

삼월의 바람 속에
보이지 않게 꽃을 피우는
당신이 계시기에
아직은 시린 햇볕으로
희망을 짜는
나의 오늘

당신을 만나는 길엔
늘상
바람이 많이 불었습니다.
살아 있기에 바람이 좋고
바람이 좋아 살아 있는 세상

혼자서 길을 가다 보면
보이지 않게 나를 흔드는
당신이 계시기에
나는 먼데서도
잠들 수 없는 삼월의 바람
어둠의 벼랑 끝에서도
노래로 일어서는 삼월의 바람입니다.

이해인 수녀님의 시집, '시간의 얼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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