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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

안개꽃


혼자서는
웃는 것도 부끄러운
한 점 안개꽃

한데 어우러져야
비로소 빛이 되고
소리가 되는가

장미나 카네이션을
조용히 받쳐주는
기쁨의 별 무더기

남을 위하여
자신의 목마름은
숨길 줄도 아는
하얀 겸손이여

이해인 수녀님의 시집 '시간의 얼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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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olive

작성일2002.03.09

BabyElephant

| 2002.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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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아시지요?
달님

당신의 밝은 빛
남김없이 내 안에
스며들 수 있도록
이렇게 얇은 옷을 입었습니다.

해질녘에야
조심스레 문을 여는
나의 길고 긴 침묵은
그대로 나의 노래인 것을,
달님

맑고 온유한
당신의 그 빛을 마시고 싶어
당신의 빛깔로 입었습니다.

끝없이 차고 기우는 당신의 모습 따라
졌다가 다시 피는 나의 기다림을
당신은 아시지요?
달님

이해인 수녀님의 <시간의 얼굴>에서 옮겨봅니다.

olive

| 2002.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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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받아 주십시오

헤프지 않은 나의 웃음
아껴 둔 나의 향기
모두 당신의 것입니다

당신이 가까이 오셔야
나는 겨우 고개를 들어
웃을 수 있고
감추어진 향기도
향기인 것을 압니다

당신이 가까이 오셔야
내 작은 가슴 속엔
하늘이 출렁일 수 있고
내가 앉은 이 세상은
아름다운 집이 됩니다

담담한 세월을
뜨겁게 안고 사는 나는
가장 작은 꽃이지만
가장 큰 기쁨을 키워 드리는
사랑꽃이 되겠습니다

당신의 삶을
온통 봄빛으로 채우기 위해
어둠 밑으로 뿌리내린 나
비오는 날에도 노래를 멈추지 않는
작은 시인이 되겠습니다

나를 받아 주십시오

이해인 수녀님의 <시간의 얼굴>에서 옮겨봅니다.

BabyElephant

| 2002.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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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이를 생각할 때마다
내가 누리는
조그만 천국

그 소박하고도 화려한
기쁨의 빛깔이네
붉고도 노란 -

아무도
눈여겨 보지 않는 땅에서도
태양과 노을을 받아 안고
그토록 고운 촛불
켜 들었구나

섣불리 말해 버릴 수 없는
속 깊은 지병(持病)
그 끝없는
그리움의 향기이네

다시 꽃피울
까만 씨알 하나
정성껏 익혀 둔 것처럼

나도 이젠
사랑하는 이를 위해
기도의 씨알 하나
깊이 품어야겠구나

이해인 수녀님의 '시간의 얼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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