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형종이

제가 형종이를 처음 본 것이 1984년 고등학교
입학식이었으니까 지금으로부터 약 20여 년 전 일입니다.

번호가 1번이었던 형종이는 짧은 스포츠형 머리에,
뽀얀 얼굴, 작은 몸으로 마치 3~4세 유아 같아
금방 우리 반에서 귀여움(?)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애기처럼 귀여운 외모에 성격도 좋고,
성적도 상위권이어서 인기가 꽤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는 형종이의 애기 같은
모습에 대한 비밀을 알게 되었습니다.
선천적인 심장병을 가지고 태어난 형종이는
뛰거나 심한 운동을 하지 못하고 겨울에는
수시로 병원에 입원하면서 항상 어머니와 가족들의
염려와 보호 속에 자랐다고 합니다.
이런 이유로 남들보다 신체적 성장이 더뎌서
그런 아기 같은 모습이 되었던 것입니다.

형종이 어머니는 분식점을 운영하시며, 연세 많은
시어머니와 가족들의 생계를 꾸리고 계셨습니다.
형종이가 건강을 회복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심장이식 수술을 받는 것이었는데 수술도 어려울뿐더러
비용도 만만치 않았고 수술 차례를 오랫동안
기다려야 했기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러나 어머니에게는 병으로 고생하는 자식이
평생의 질곡이었고, 마음속 한 구석의 고통이었습니다.
드디어 형종이의 수술 일정이 정해졌고,
형종이는 학력고사 직후 수술을 받았습니다.
대수술이라 대학입학이 어려웠던 형종이 소식을
뒤로 한 채 우리들은 헤어졌습니다.

87년 4월 어느 날 저녁,
그동안 잊고 있던 형종이에게서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받았습니다.
종합병원 영안실에는 오랜만에 고교동창들이 많이
모였습니다.

형종이는 수술 후 다행히도 경과가 좋아
몸이 회복되는 단계였습니다.
그날 밤 우리는 그동안 서로의 안부를 묻고
얘기하면서 형종이 어머니의 돌아가신
사연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형종이 어머니는 아들의 불편한 몸이 자신의 업보라
생각하고 평생을 가슴 아프게 살아오셨다고 합니다.
자식의 완쾌를 위해 온갖 고생을 감수하며 수술비를
모아오던 어느 날 몸에 이상을 느끼게 되었고
진찰 결과 암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초기단계라 수술을 하면 살아날
가능성이 컸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그동안 모아온
형종이 수술비를 써야만 했기에
어머니는 가족에게 알리지 않고 혼자 속앓이를 하며
기적이 일어나기만을 빌었다고 합니다.

형종이 어머니는 이렇게 병마와 싸우며,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쳤던 것입니다.
어머니의 정성으로 드디어 형종이는 그렇게 바라던
수술을 받게 되었지만 정작 어머니는
끝내 세상과의 줄을 놓고야 말았습니다.

- 장 성 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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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너무 어렵고 힘들다고 하여도
부모이기에 포기할수 없는 것은
자식에 대한 사랑인것 같습니다.

우리들은 이런 사연들을 볼때만
'부모님에게 잘 해드려야지'라고 마음속에
몇 번이나 새겨보지만 이내 잊어버리고
명절 혹은 집안 행사 때나 겨우 찾아뵙습니다.

가능하다면 오늘 하루만이라도
부모님께 '사랑한다고' 말해보세요.



- 부모님의 마음은 봄 햇살 같이 따뜻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