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나 사람이 좋아서
다시 가고픈 여행지처럼
나도 그런 사람이고 싶다
전 여기 저기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러나 사람 많은 곳을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무슨 무슨 축제니 잔치니 하는 것들도 가급적 가지 않고 어디를 가더라도 제일 혼잡한 시기는 피해갑니다.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 싫거든요.
꽃구경을 갔으면 꽃을 보고 와야 하는데 차구경에 사람구경에 고생만하고 꽃은 제대로 감상도 못하는 이런 상황을 싫어합니다. '피크타임'이라고 하는 기간에서 살짝 앞서 다녀오거나 조금 후에 다녀오면 그 분위기를 느끼면서도 고생은 덜하죠.
저번 주말은 1년에 한번 있는 친한 친구들과의 만남이 있었습니다. 다들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 서해안을 가기로 했습니다. 요즘 서해안이 대하축제가 한참이거든요. 고생할 것 뻔히 예상했지만 '유붕이 자원방래'니 어떡합니까.
걱정했던 대로 그 혼잡함이 상당하더군요. 수많은 차량행렬에 어딜 가나 가득한 사람들. 일단 숙소부터가 문제가 되더군요. 한여름 더위가 지나간지 한참인데 아직도 방값이 너무 하더군요. 그나마 좀 깨끗하면서도 싸고 주인 아주머니가 너무 친절한 그런 곳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모처럼 즐거운 저녁을 보내고 다음날 다들 대하 한번 먹어보자고 바닷가로 갔습니다. 저 역시 남해안 바닷가 출신이라 어릴 때의 그 바닷가를 기억하며 갔었지만 역시 추억은 추억인가 봅니다.
바다는 간 곳이 없고 해변을 가득 메운 차량, 사람 그리고 음식점들. 일단은 음식점에 들어갔는데 양식은 다 떨어지고 자연산만 있답니다. 그런데 가격은 양식과 두배 차이가 나더군요. 다른 음식점에 들어가서 양식대하를 시켰는데 완전히 '맙소사'입니다. "대하 맞나요?" 튀김용으로나 사용할만한 크기의 새우를 대하라고 하면서 가져왔더군요.
명색이 대하축제라고 하는데 축제에 주인공은 어디로 갔을까요? 대하도 없는 대하축제를 뭐하러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메뚜기도 한철이라고 이때 아니면 언제 돈벌겠냐는 생각으로 관광객에게 바가지를 뒤집어 씌우고 나면 1년 뒤에는 또 그 기억을 다 잊어버린다고 생각하시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 문득 그 실망스러운 대하축제를 다시 생각하는데 환자분들이 치과에 대해 느끼는 느낌은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몸이 좀 움찔했습니다. 혹시 우리도 대하축제의 그 상인들과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양식은 없고 '몸에 좋지만 비싼' 자연산만 있다고 하는 것과 우리 병원은 아말감은 취급하지 않는다고 이야기 하는 것이 상황은 똑같지 않다고 하더라도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똑같지 않을까요?
지금의 내가 한 진료가 어떻게 되는지 깊은 생각 없이 하고 몇 년 뒤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어도 '그때쯤이면 환자분들이 다 잊어버리니까' 하는 생각으로 진료를 하는 것은 아닐까요?
여행을 하다보면 실제로 볼 것은 없어도 그 분위기나 사람들이 좋아서 다시 찾고 싶은 그런 마을이 있습니다. 저 역시도 그런 마을이 되고 싶습니다. 한번 치료했던 환자분은 다음에 다시 찾는 그런 치과가 되도록 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다 보면 어느덧 편한 것만을 찾고 있는 제 자신이 있더군요. 항상 경계를 하지만 쉽지는 않았는데 이번에 대하축제를 통해 제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대하축제에 대하는 없었습니다. 대하는 먹지도 못하고 소하(?) 몇마리 먹고 고생만 하고 왔지만 그래도 친구가 있어 좋은 주말이었고 대하축제의 상인 분들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또 하나의 배움을 얻은 좋은 주말이었습니다. 모두들 좋은 하루 되세요.
이 수 종
- 치의신보/릴레이수필, 제1402호 -
다시 가고픈 여행지처럼
나도 그런 사람이고 싶다
전 여기 저기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러나 사람 많은 곳을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무슨 무슨 축제니 잔치니 하는 것들도 가급적 가지 않고 어디를 가더라도 제일 혼잡한 시기는 피해갑니다.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 싫거든요.
꽃구경을 갔으면 꽃을 보고 와야 하는데 차구경에 사람구경에 고생만하고 꽃은 제대로 감상도 못하는 이런 상황을 싫어합니다. '피크타임'이라고 하는 기간에서 살짝 앞서 다녀오거나 조금 후에 다녀오면 그 분위기를 느끼면서도 고생은 덜하죠.
저번 주말은 1년에 한번 있는 친한 친구들과의 만남이 있었습니다. 다들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 서해안을 가기로 했습니다. 요즘 서해안이 대하축제가 한참이거든요. 고생할 것 뻔히 예상했지만 '유붕이 자원방래'니 어떡합니까.
걱정했던 대로 그 혼잡함이 상당하더군요. 수많은 차량행렬에 어딜 가나 가득한 사람들. 일단 숙소부터가 문제가 되더군요. 한여름 더위가 지나간지 한참인데 아직도 방값이 너무 하더군요. 그나마 좀 깨끗하면서도 싸고 주인 아주머니가 너무 친절한 그런 곳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모처럼 즐거운 저녁을 보내고 다음날 다들 대하 한번 먹어보자고 바닷가로 갔습니다. 저 역시 남해안 바닷가 출신이라 어릴 때의 그 바닷가를 기억하며 갔었지만 역시 추억은 추억인가 봅니다.
바다는 간 곳이 없고 해변을 가득 메운 차량, 사람 그리고 음식점들. 일단은 음식점에 들어갔는데 양식은 다 떨어지고 자연산만 있답니다. 그런데 가격은 양식과 두배 차이가 나더군요. 다른 음식점에 들어가서 양식대하를 시켰는데 완전히 '맙소사'입니다. "대하 맞나요?" 튀김용으로나 사용할만한 크기의 새우를 대하라고 하면서 가져왔더군요.
명색이 대하축제라고 하는데 축제에 주인공은 어디로 갔을까요? 대하도 없는 대하축제를 뭐하러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메뚜기도 한철이라고 이때 아니면 언제 돈벌겠냐는 생각으로 관광객에게 바가지를 뒤집어 씌우고 나면 1년 뒤에는 또 그 기억을 다 잊어버린다고 생각하시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 문득 그 실망스러운 대하축제를 다시 생각하는데 환자분들이 치과에 대해 느끼는 느낌은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몸이 좀 움찔했습니다. 혹시 우리도 대하축제의 그 상인들과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양식은 없고 '몸에 좋지만 비싼' 자연산만 있다고 하는 것과 우리 병원은 아말감은 취급하지 않는다고 이야기 하는 것이 상황은 똑같지 않다고 하더라도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똑같지 않을까요?
지금의 내가 한 진료가 어떻게 되는지 깊은 생각 없이 하고 몇 년 뒤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어도 '그때쯤이면 환자분들이 다 잊어버리니까' 하는 생각으로 진료를 하는 것은 아닐까요?
여행을 하다보면 실제로 볼 것은 없어도 그 분위기나 사람들이 좋아서 다시 찾고 싶은 그런 마을이 있습니다. 저 역시도 그런 마을이 되고 싶습니다. 한번 치료했던 환자분은 다음에 다시 찾는 그런 치과가 되도록 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다 보면 어느덧 편한 것만을 찾고 있는 제 자신이 있더군요. 항상 경계를 하지만 쉽지는 않았는데 이번에 대하축제를 통해 제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대하축제에 대하는 없었습니다. 대하는 먹지도 못하고 소하(?) 몇마리 먹고 고생만 하고 왔지만 그래도 친구가 있어 좋은 주말이었고 대하축제의 상인 분들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또 하나의 배움을 얻은 좋은 주말이었습니다. 모두들 좋은 하루 되세요.
이 수 종
- 치의신보/릴레이수필, 제1402호 -